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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R 2014. 11. 21. 00:22조소과 뉴트x체육과 민호 1
“어쩔 수 없어. 원래 누드모델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구하기 힘들어.”
“그래서 부탁한 거잖아. 여자는 안돼. 남자가 필요하다고.”
“미안. 뉴트, 하지만 이게 내 한계인걸.”
“...그래.”
이것으로 8번째 거절이다. 부모님이 모델 에이전시를 한다고 하길래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미안한 기색을 보이던 뉴트는 문이 닫히자마자 표정을 싹 바꾸었다. 무능하긴. 남자모델을 구해달라고 했는데 2명의 젠더와 3명의 여자를 구해온 것이 전부였다. 애초에 오더사항 자체가 까다로운 것은 인정한다. 영국에서 그것도 키 180이 넘는 동양인 남자 모델.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수는 두둑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조금은 기대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무능한 것은 무능한 것이다.
오늘의 모델은 일본인이다. 일본인들은 키가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 동양인 모델 중 뉴트의 요구사항과 가장 동떨어진 인물이다. 심지어 여자. 그래도 예의상, 차 한 잔을 먹이고 돌려보냈다.
아이작 뉴트. 거의 프로급으로 모델을 가리는 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뉴트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부잣집 예술가 지망생. 그의 아버지는 거대한 무역회사의 수장이었다. 그의 위로는 세 명의 형제가 있었고 덕분에 그는 회사 경영권이라느니, 재산 분쟁이라느니 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재산 그 까짓 거, 몇 푼 못 받는다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는 먹고 살 수 있는 양이었고, 그는 한 예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며 경영에는 확실하게 등을 진 상태였다. 아무튼 그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돈도 헤프게 쓸 수 있는 남들이 꿈꾸는 삶을 사는 중이었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그도 어느 새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졸업 전시회를 앞두고 그는 일생의 걸작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뭐, 결심만으로 걸작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일단 자신의 이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육체와 가장 비슷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이었고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이러다 졸작을 만들지 못해서 졸업을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제 고집 좀 적당히 부리라고. 졸업 안 할거야?“
“오기가 생겼어.”
“돈으로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라는 교훈이라도 얻고 당장이라도 그만두라니까.”
이제 그에게는 동기의 잔소리를 흘려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눈만 감으면 생생하게 보이는 이상적인 육체를 실제 두 눈으로 볼 수 없다니. 그것을 보고 만져볼 수만 있다면 정말로 희대의 역작이 탄생할 수 있을텐데. 따위의 창작의 푸념들은 담배꽁초 마냥 쌓여갈 뿐이었다. 까짓 거 학교 1년 더 다닌다하더라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졸업장을 따지 않는다 하더라도 뭐라 할 사람 역시 없었다. 그런데도 3개월 동안 그 고생을 해가며 모델을 찾아다닌 이유는 그저,
그로써는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예술가로써의 불타는 예술혼이라고 하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했고, 졸업장을 따내기 위한 학생의 감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축축했다. 이제는 거의 다 모양을 잡아가는 동기들의 작품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며 뉴트는 전공실을 빠져나왔다.
캠퍼스를 걸으며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뉴트는 6번째 찾아갔던 에이전시에서도 그런 모델은 찾을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일주일 전에 만났던 동양인 모델은 너무나도 말랐고 이틀 전에 만난 모델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이상은 이상이기에 이상인걸까. 그가 바라는 이상 속의 육체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한숨을 쉬며 핸드폰 화면을 끈 뉴트가 그것을 주머니에 우겨넣었다.
이제 그의 이상 속의 육체는 뉴트의 꿈에까지 나타나 그를 괴롭힐 정도였다. 이렇게 가다가는 보지도 않고 조소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것만 같았다. 그렇게 7번째 에이전시에도 오더를 하며 캠퍼스 한 가운데의 운동장을 지나던 뉴트가 그대로 무엇인가에 홀린 듯 자리에 멈추어섰다. Hello, Hello? 당황한 기색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지만 그는 이내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냅다 운동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I got it!! 그렇게 소리치며 뉴트가 붙잡은 것은 운동복 차림의 한 체육학과 학생이었다.
* * *
대학을 안가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드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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