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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MN 2015. 2. 28. 01:37

찰리x에그시 조각글


그러니까, 나는 그런 삶을 살았다. 너와 반대되는 삶을.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 중에서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먹고 싶은 것부터, 입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가지고 놀고 싶은 것. 그것이 물건이던, 사람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말 한 마디면 누군가의 인생이 끝장나기도 했고, 누군가의 인생이 대박나기도 했다. 너와 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마약을 해본 적이 있다는 것? 그마저도 너에게 그것은 전과로 남았고, 나에게는 그저 유희와 어린 날의 치기로 이해되는 것이었다. 참으로 웃긴 것이었다. 내 또래의 비슷한 부류의 아이들은 파티 때마다 마리화나를 피웠고 몽롱한 눈을 한 채 난교파티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너는 그저 나와 다른 일상이 싫어 마약을 피웠고, 그마저도 불순물이 잔뜩 섞인 불량품인 것을.


너는 그저 그런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바닥을 구르고 있는 낙엽같은 존재. 밟으면 부스러지고 바람이 불면 쓸려가버리는. 킹스맨 후보로 마지막 3명까지 올라온 너를 보면서 나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낙엽이 젖으면 바닥에 찰싹 달라붙는 법이지. 빗질에 쓸려나가지 않으려고 말이야.



"이 양아치야."



이 말에 화를 내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는 네가 도대체 언제서야 그 스위치를 누를지 너무나도 궁금한 것이었다. 랜슬롯은 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밑바닥으로 돌아간 너를, 내가 가져버리면 그만이다. 장난감으로. 그 좋아하는 마약을 실컷 피우게 하고. 더 이상 나에게서 저항하지 못하게. 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제발 그 조그만 개새끼하고 이 공간에서 꺼져주기를.



"내가 말하는 호의는, 잠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멀린이 건내준 여자의 사진을 보고도 감흥이 없었다. 잠자리라... 너도 여자와 자면 그 능청스러움이 사라지고 다른 남자들처럼 짐승이 될까? 양아치 주제에 이성적인 새끼. 너에게 둘러진 얇은 막을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 얇은 막은 얇아서 눈치채기 힘들었지만, 의외로 견고해서 깨지지도 않았다. 나는 그 얇은 막을 찢어내고 너에게로 침범할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이 진리였다.




"원래 고귀한 집 자식들은 불량한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거든."



여자의 사진을 들고 자신있게 웃어보이며 능청스럽게 웃는 너를 보며.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에그시. 잘 알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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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MN 2015. 2. 21. 02:39

[킹스맨 해리x에그시] 소유님 알티 이벤트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다만, 다르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에그시 자신이 우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후드집업의 후드를 푹 눌러쓰고 거리를 달리던 에그시가 킹스맨 양장점의 출입구에 서 있는 해리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해-리이!! 비가 내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거리와 어울리지 않게 발랄한 목소리가 거리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 외침에 해리도 에그시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찡긋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 그의 표정을 보며 에그시가 그의 옆에 다가와 섰다.



"밖에서는 갤러해드라 불러라."

"예에."



참 재미없는 사람이네. 속으로 궁시런거린 에그시가 오늘도 여전히 해리의 손에 들린 장우산을 보고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물론 그 장우산이 평범한 영국 신사가 들고다니는 장우산과는 백만년 떨어진 우산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적어도 비오는 날이면 그도 그것을 다른 영국 신사가 사용하는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리라 믿었다. 그러니까 적들의 총탄을 막는 용도가 아닌, 비를 막는 용도로?




"와아, 해리. 저 우산 같이 쓰고 가도 되나요? 한 번만요."

"일기예보 체크는 킹스맨의 필수 조건이지. 날씨가 언제든 임무에 영향을 끼치니까."

"아, 거 참. 록시한테도 그 말 하실 거에요?"



란슬롯 말인가? 정면을 주시하던 해리가 에그시의 그 말에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해리가 자신을 바라보자, 에그시는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과하게 찡그리며 제스처를 크게 하며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래요, 록시가 오늘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겨서 제 우산을 록시에게 넘겨주었다구요. 이게 더 신사답고 킹스맨 답지 않나요?"

"여성은 우산을 내어주고 젖어있는 신사의 왼쪽 어깨를 더 사랑하는 편이다. 에그시."

"둘이 쓰기엔 택도 없는 우산이었다구요."




할 수 없군, 해리가 한숨과 함께 뱉은 말에 에그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팡, 하는 소리와 함께 펴진 우산은 다 큰 사내 둘이 쓰기에는 조금은 작았지만 상관 없었다. 해리가 먼저 계단을 내려가자 쪼르르 따라간 에그시가 해리의 오른팔에 달려가 붙었다. ...조금 떨어져서 걸어라, 에그시. 라는 해리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에그시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의 곁에 가 붙어 걸었다.




"댁으로 가실 건가요?"

"그래. 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

"와, 그거 좋죠."




에그시가 해리의 집에 가게 된 건 이로써 두 번째가 되었다. 그 때와는 달리 집 앞에 미리 주차되어 있는 검은 택시에 에그시가 고개를 갸웃하며 해리를 쳐다보았다.




"...손님이 와 있었군."

"손님?"

"갤러해드, 귀가도 늦으면 어쩝니까."

"멀린!"




멀린이 뚱한 표정으로 택시에서 내렸다. 레인코트를 입은 그는 스킨헤드가 비에 젖어 더욱 번쩍거리고 안경에 물방울이 잔뜩 튀어 우스꽝스러운 꼴이었다. 당장 들어가서 머리부터 말리게, 멀린. 그게 무슨 우스운 꼴인가. 하는 해리의 말에 멀린의 이마에 핏줄이 꿈틀거리는 걸 본 에그시는 웃음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방해한건가? 에그시?"

"그럼요. 대단한 방해네요."

"둘 만의 티파티 방해?"

"굳이 짚어주지 않아도 알잖아요."




부루퉁한 표정의 에그시가 씨익 웃어보였다. 멀린은 가만히 서서 해리가 우산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집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한 번 갸웃한 그가 에그시에게 물었다.



"에그시, 저 우산 네 꺼냐?"

"아뇨. 해리 건데."

"별일이군."

"뭐가요?"


"해리는 혹여나 빗물이 들어가서 전투 때 작동이 안되면 안된다고 저 우산을 절대로 비오는 날에 쓰지 않는데."



멀린의 말에 에그시의 표정이 마치 처음 양장점의 지하로 내려갔을 때처럼 멍해져있었다. 그 정도로 설계가 허술하지 않다고 내가 누누히 말했을 때는 한 번도 안 쓰던 양반이 말이야, 하면서 툴툴대는 멀린의 목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멍하게 계속 해리가 세워둔 우산을 바라보던 에그시가 멀린이 툭 하고 어깨를 치자 그제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에그시, 들어가. 계속 비 맞으면 너도 내 머리처럼 된다."

"악담하지 마요."




해리의 집에 들어오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마치 처음 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그의 집에 갔을 때는 화가 나고 억울해서 사실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가재도구들과 열을 맞춰 정리되어있는 식기들을 보았을 때, 참으로 그가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것이 물씬 느껴지는 것이었다. 집 안에는 늘 그에게서 풍기는 향이 미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향수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현관 바로 옆에 딱딱 정리되어있는 구두(-브로그 없는 옥스포드)들을 구경하던 에그시를 향해 해리가 물었다.




"에그시,"

"예에?"

"차는 뭐로 할 건가, 홍차?"



그리고 그렇게 묻고 있는 그의 왼쪽 코트가 흠뻑 젖어있었다. 뭐든 좋아요, 해리. 에그시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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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해리x에그시] After the moment _ 1

* 킹스맨 : 더 시크릿 에이전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원작과는 상관 없습니다.

* 영화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킹스맨은 사상이래로 최고의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발렌타인의 죽음 이후로 아서(체스터 킹) 말고도 몇몇 킹스맨 요원들이 발렌타인 본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머리통이 날아간 채로여서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 더욱 긴 시간이 필요로했지만, 에그시가 공주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딱히 할 일이 없던 멀린이 수고해준 탓에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정대로 랜슬롯의 이름은 록시가 차지하게 되었고, 멀린은 임시로 아서가 되어 킹스맨을 지휘했다. 나머지 킹스맨 요원들은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각자 킹스맨 후보들을 찾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V-day의 이전과 같이 흘러갔다. 갤러해드의 자리만 제외하고.


에그시의 차후 처리에 대해서는 킹스맨 요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애초에 에그시는 랜슬롯의 후보였기에 그가 킹스맨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테스트를 통과해야한다는 의견과, 아서의 변절을 눈치 채고 킹스맨의 존속을 지켜준 그가 킹스맨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주된 것이었다. 그래도 사상 이래 최대의 인력난 앞에서 그 누구보다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 해내다 못해, 세상을 구한 그에게 킹스맨 자격을 내줘야 한다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결국 에그시에게는 랜슬롯이 아닌 다른 킹스맨 이름이 내려지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에그시가 돌아온 이후로 처음 보내는 세 가족의 평화로운 오후였다. 아니, 제이비까지 하면 넷인가. 제 여동생이 제이비와 놀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에그시가 배싯 웃었다.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버린 꿈과 같은 이야기 같았다. 옷장 속에는 여전히 방탄 소재의 정장이 있었고, 엄마가 버리지 못하게 침대 아래에 꼭꼭 숨겨둔 구멍이 숭숭 나있는 검정색 긴 장우산도 여전히 있었다.


발렌타인이 죽은 후로, 에그시는 자신이 당연히 킹스맨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킹스맨이 되고 싶다 갈망한 적은 없었지만 언제까지나 이 밑바닥 인생을 살고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멀린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확신을 내려줄 수 없다. 다른 킹스맨들과 의논할테니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말이 전부였다. 대기하라고? 언제까지? 세상을 구한 걸로는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



딩동,


"에그시, 문 좀 열어줄래?"

"네에."



그가 일어서자 제이비도 그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부서져 수리를 맡겼던 화장실 문을 지나친 에그시가 도어스코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잠금쇠를 풀어 문을 열었다.



"물러 빠졌군.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문을 열어주다니."



고리타분한 발음이 어딘가 익숙하다 느끼기도 전에,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그의 이마에 닿았다. 에그시는 반사적으로 상대의 팔을 잡아 채, 뒤로 휘감으려 했다. 물론 그것은 그렇게 해야겠다는 그의 생각일 뿐이지, 행동에 옮길수는 없었다.



"...해리?"

"오랜만이군. 에그시."

"...사, 살아있었어요?"

"그럼 표적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자가 쏘는 총에 맞아 죽었을 줄 알았나?"

"...말도 안돼."

"여전히 이 집에서 살고 있었군. 배짱도 좋지."



그래, 세상을 구한 소감은 어떤가? 능청스레 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 올리며 하는 해리의 말에 에그시는 멍하니 입도 다물지 못한 채 문 앞에 멍하니 선 채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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