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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A 2016. 2. 16. 17:34

조윤른&최른 교류전 신간 '아가토의 기도' 샘플








후후, 죽음 후의 세상이 두렵나? 천벌을 받을까봐?’

…….”

너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에 있으면 된다. 벌은, 이미 다 받았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너는 다음 생도, 그 다음 생도. 네가 저지른 일을 돌려받으며 용서를 빌면서 살 것이다. 네가 죽였던 도치의 여동생은 다음 생의 너의 여동생이 될 것이며, 또한 다시 네가 죽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생 신에게 용서를 빌면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때, 또 다시 만나게 되겠지.

 

짐승은 그 말을 메아리처럼 남기며 안개 속으로 흐려지며 사라졌다. 그렇게 조윤이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는 그는 아무도 없는 조 씨 가문의 마당에 서 있었다. 흐드러지는 벚꽃잎만이 비처럼 떨어지는 그 공간 안에는 정말로 아무도 없고 조윤 혼자 뿐이었다. 열 한 살, 혼자서 어둠 속 곳간에 갇혔던 그 때처럼.

 







부마자 이영신의 집은 낡은 건물의 옥상 양복점이었다. 발걸음을 따라 우는 듯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계단 끝에 자리한 다락방은 영신의 방이었다. 낡은 방문에는 음산한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그 안에서는 곡소리와 함께 꽹과리와 북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준호는 그런 방문을 올려다보며 범신에게 말했다.

 

굿을 하고 있나 봐요?”

제천법사라고. 그래도 꽤 실력 있다.”

 

범신은 한숨을 내쉬듯 계단에 주저앉아서 굿이 끝나길 기다렸고 준호는 뻘쭘하게 자리에 서있었다. 무당이라. 무당이라 하면 좋지 않는 기억뿐이다. 벽에 가득 그려져 있던 섬뜩한 분위기의 탱화들. 그리고 곧 끊어질 듯 낡은 쇠사슬에 묶여있던 커다란 개 한 마리. 생각해보면 그 무당은 어째서 그렇게 큰 개를 기르고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니면, 그 개가 크게 느껴질 정도로 자기 자신이 너무 작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네가 죽였던 도치의 여동생은 다음 생의 너의 여동생이 될 것이며, 또한 다시 네가 죽이게 될 것이다.’

 

꿈 속에서 들렸던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 떠올라서 준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여느 때와 같이 꾸는 똑같은 악몽일 것이다. 이 일을 맡은 첫 날에만 하더라도 개를 죽이는 악몽을 꾸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준호는 떨리는 손으로 묵직한 가방 끈을 꽉 쥐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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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A 2016. 2. 8. 22:40

[한규지원] 오밀님 금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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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A 2016. 1. 20. 02:04

[한규지원] 앵그리떡














자신의 발목을 잡아쥐는 악력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평소처럼 지원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아니라 송지원. 이라고 딱딱하게 부르는 목소리 역시, 무엇인가 그의 심사를 심하게 뒤틀리게 했다는 것이다. 아니, 그는 화를 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 표정, 분위기. 지원은 그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계속 뒤로만 물러서다 침대의 헤드가 등에 닿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기어가듯 침대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한규의 손이 그런 지원의 발목을 잡아 당긴다. 어디 가, 송지원. 하는 목소리도 함께 자신을 잡아 끌었다. 그렇게 질질 한규의 앞까지 끌려왔다.

 

 

, 무서워요. 싫어, 하지 말아요, ...!”

진짜, 너는... 도대체, 너한테 나는 뭐야?”

 

 

다부진 손은 지원이 다리를 억지로 잡아 벌려 바지와 속옷까지 한 번에 잡아 내리고 있었다. 분명히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자신인데도 한규의 손을 밀어내려는 힘은 형편 없이 약했다. 그렇게 바지와 속옷이 무자비하게 침대 밖으로 던져질 때까지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자꾸만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대듯 침대 밖으로 나가기 위해 팔을 흔들자, 냉랭한 한규의 말이 이어졌다.

 

 

여기서 나가면, 나는 더 이상 안 쫓아간다.”

“......!”

선택은 네가 해. 송지원.”

 

 

반칙이다. 이렇게 나오면 지원이 어떻게 행동할지 한규는 잘 알고 있다.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으면서도 송지원은 도망갈 생각을 접는다. 다시 발로 침대 시트를 밀어내며 침대 헤드가 있는 곳 까지 기어갔지만, 침대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 상태 그대로, 다리 벌려.”

형님, ...”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한규의 커다란 손이 우악스럽게 지원의 입을 막아버렸다. 읍읍, 하는 막힌 소리와 함께 지원의 가느다란 다리가 허공을 차며 허우적거렸다. 한규는 지원의 티셔츠 자락을 가슴 위 까지 올려 가슴 부근을 빵 반죽마냥 대충 문질렀다. 우습게도 그런 손길에도 반응을 하는지 지원의 몸은 한규의 손이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 떨렸다.

 

 

잘못을 했으니까, 벌을 받아야지.”

우으, , ,”

 

 

더 이상의 전희는 없었다. 아직 지원의 성기는 축 늘어진 채 일어날 생각도 없어 보였지만 한규는 우악스럽게 잡아 벌린 지원의 다리 사이 회음부에 탁 침을 뱉었다. 그리고 거칠게 검지 손가락을 꾸욱 찔러넣지만 당연하게도 뻑뻑해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 한규의 손에서 벗어난 지원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졌다. , 하는 비명은 이내, 막힌 소리를 내며 끙끙 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 하윽, , 막힌 소리를 내며 지원은 아픈 내색도 내지 못했다.

 

 

아파? 지원아, 아파...?”

, 아으, , 으아아...!”

 

 

당연한 것이었다. 전희도 없이 우악스럽게 찔러낸 손가락은 점점 개수를 늘려갔고, 비명을 질러대던 지원도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려 숨을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눈가가 발갛게 일어나고 눈물마저 길을 내듯 흐르는 데도 한규의 손은 자꾸만 공간을 내려 가르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매정하게 빠져나간 손가락은 금새 묵직한 이물감으로 채워졌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묵직한 고통에 지원은 허리가 꺾어져라 비틀어내며 비명을 참았다. 아윽, ...! 고통을 견디려 무엇이라도 붙잡으려 뻗은 손은 결국 한규의 어깨를 잡지는 못하고 애꿎은 침대 시트를 손 마디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잡아 쥐고 있었다.

 

 

하체가 둘로 갈리는 고통에 지원은 조금이라도 덜 들어차게 하려고 몸을 뒤로 뺐지만 지원의 허리와 골반을 양 손으로 잡은 한규는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쑤욱 지원의 몸을 잡아 당겼다. 순간 헉, 하고 벌려진 지원의 입은 비명을 지르는 것 조차도 두려워 다시 꾸욱 닫혔다. 아랫 입술을 악 문 이는 이미 입술을 상처내고 피를 내고 있었다.

 

 

, 아아으, 아아...!”

지원아. 송지원. 똑바로 봐.”

 

 

깊숙하게 침범하는 한규는 고통 그 자체여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지원이 정신을 잃을 듯 눈에 힘이 풀리자 한규는 제법 세게 지원의 뺨을 때리는 것이었다. 찰싹, 하고 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멍한 눈동자에는 가끔씩 빛이 돌아왔다가 이내 사라지곤 했다.

 

 

, , , ! , , 아아...!”

... , 후으,”

 

 

둘이 접한 접합부에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피가 나는 것일지도 몰랐다. 벌겋게 부어오르듯 살이 올라온 엉덩이 사이에는 체액과 땀, 그리고 피가 섞여 나는 비릿한 향이 습기와 겹쳐 불쾌감을 줄 뿐이었다. 그저 휴지를 몇 장 뽑아 자신의 성기를 닦아내고 1층으로 내려가는 한규의 뒷모습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원은 축 늘어진 채 몸만 바르르 떨다가 소리 없이 울기만 했다.










지원아... 널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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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조윤] 수라도 _1.5

 






그 일이 있은 후로 닷새가 지났다. 사실상 체감도 되지 않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알게 모르게 수련장 안에서 가해지던 차별과 괴롭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적응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게 잘 보이려 애를 쓰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조윤은 역겨움을 느꼈다. 그리고 날이 지날수록 대군이 내는 소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수양대군의 처소에 드나드는 무관 한 명이 있다던 소문에서 수양대군이 참군 조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으로. 추잡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어 수련장에 들어설 때마다 들리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윤은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군의 보살핌을 거절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과거의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나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주로 돌아간다면 또 다시 서 있을 자리가 사라져 수렁을 빠지는 그 기분을 느껴야 한다. 없는 사람처럼. 그저 아우의 발판으로써만 존재가 인정받는 그런 흐릿한 삶을. 윤이 만족할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눈에 들어야만 한다. 설사 그 방법이 조금은 추잡하고 더럽다 하더라도 수양이 건넨 이 기회를 거절할 수 없었다. 설사 그것이 대군의 애첩이라는 다소 사내답지 못한 자리라 하더라도.

 

 

자네의 동생은 의외로 머리가 나쁘다고 들었네만.”

 

그 이후로 대군은 아무런 목적이 없다 하더라도 윤을 부르곤 했다. 그가 하는 일은 정말로 하나도 없었다. 그저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그가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다. 기분 나쁘게도 그가 그러다가 훈련을 빠진다 하더라도 뭐라 꾸지람을 하는 이 역시 하나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자신을 앞에 앉혀두고 차를 마시며 업무를 보는 대군을 바라보며 윤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뜬금없이 말문을 연 그의 한 마디는 어미가 다른 제 아우의 이야기였다.

 

아직 나이가 어려 학문에 흥미를 붙이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그것을 자네가 어찌 아나? 나주에는 꽤 오래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

자네는 서얼이라, 그리고 자네의 아우는 멍청해서. 관직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어차피 똑같은데 어째서 자네만 차별받고 핍박 받아야 할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한계다. 그는 지금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그저 한낱 유희로 자신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한 곳으로만 솟아있는 이 심성이 뚝 부러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무릎 위로 올려놓은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열을 식히기 위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아우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나.”

!!!”

 

지금껏 가장 잊고 싶어 했던 기억이다. 그 일은 윤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던 사건이었다. 비록 애정은 없었지만 어미라는 사람을, 그리고 자신의 아비가 윤에게 가지고 있던 일말의 애정마저도 가져가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끝없이 밀려오는 분노 속에서도 자꾸만 자기 자신을 달군 쇠를 물에 담그듯 타일러 온 것이 아니었는가. 윤은 낮게 신음하며 호소하듯 말했다.

 

제발, 이제 그만하십시오. 도대체, 도대체 저에게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

대군께선 이 나라의 기둥이고, 소인은 이 나라를 위해 검을 휘두르는 자이거늘, 어찌 자꾸만 대군의 사람이 되시라 하십니까. 저는 이미, 이 나라의 녹을 받고 있고, 이 나라의 검인 것을.”

내가 언제, 자네를 이 나라의 검이 되라 하였는가?”

 

순간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수양은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았다. 그가 입꼬리를 뒤틀며 미소를 지을 때마다 그의 볼에 내려앉은 흉터가 물결치듯 흔들렸다.

 

길들이지 못한 검은 기어코 주인의 손에 상처를 내고, 후에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법이지. 그리고, 굳이 명검을 어찌 남과 같이 쓰겠나.”

.”

나는 그대가 이 나라의 녹을 먹으며 훌륭한 이가 되라고 한 적이 없네.”

.”

내가 명령하지 않으면 피를 마실 수도 없어서 자꾸만 나에게서 갈구하고 갈구하는, 그런 요사스러운 검이 되어주길 바라는 것이야.”

 

그의 말에 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의 감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분노가 강하게 끓어오르는 듯 했다. 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옆에 놓여있는 환도를 쥐어 검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그의 이성이 검을 쥐기만 하는 데에서 멈추게 만들었다. 수양은 그런 윤의 모습이 즐겁다는 듯 웃기만 했다.

 

감히 내 앞에서 검을 쥐다니, 패기만큼은 인정해주지.”

.”

그것도 거기까지. 자네는 방금 가장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닫게 해주겠네.”

 

그리고 그는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문서들 옆에 놓인 커다란 상자의 잠금쇠를 풀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상자 안에는 상자 가득 굵고 긴 밧줄 하나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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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A 2015. 12. 13. 03:29

[수양조윤] 수라도



'관상' 수양대군 x '군도' 조윤

시점은 조윤의 참군시절


트위터 RT 공약으로 쓴 썰 모으고 수정 좀 함...

관상을 보지 않았기에 캐붕이 잇을 수 잇슴니다... 재리멘...









무관 중 한명이 밤 중에 대군마마의 침소에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던데, 조윤 자네는 뭐 들은 것 없나?

 

조윤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입꼬리엔 이미 조롱이 걸려있다.

 

 

서얼이라는 목줄 때문에 여태껏 딸려오는 조롱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장원을 해도 더 높은 벼슬자리까지 다다르지 못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 아닌가. 그럼에도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텨왔는데, 고작 이까짓 조롱에 흔들릴 이유는 없었다.

 

뒤에서 남의 이야기나 하는 자들은 소인배라 하고, 주인의 언행을 입에 담는 개는 주인의 목을 문다고들 하던데. 그대들은 양쪽 다 해당되는 듯 하네.”

 

윤은 차분하고 그리고 무서우리만치 냉정하게 이야기 했다.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은 그는 마치 농을 하듯 뱉은 말이었지만 그 내용은 무척이나 서늘하고 나지막했다. 나지막하게 말하는 목소리는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내는 그의 검과 닮아있었다. 한껏 일그러진 채 뭐라 대꾸도 못하는 상대의 표정을 바라보며 윤의 입꼬리는 더더욱 뒤틀리고 있었다.

 

서자 주제에...! 검으로든 언술로든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자들은 언제나 그 말로 대화를 끝마치곤 했다. 상대가 씩씩거리며 뒤돌아 사라질 때마다 머릿속은 달구어진 쇠를 물에 담근 듯 차가워지곤 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따라 윤은 고개를 돌렸다.

 

소문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쩌다가 대군과 엮여버렸는지는 알아내야할 일이었다. 재수가 없으면 소문을 퍼트린 자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까지 해가 끼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골똘하게 생각에 빠져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윤의 앞으로 그림자가 떨어졌다.

 

 

참군 조윤. 맞는가.

 

 

대답은 하지 않았으나 상대는 귀찮다는 재차 통보하듯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마자 그는 그저 성의 없이 한 마디 툭 내뱉을 뿐이었다. 대군마마께서 찾으시네. 그 말에 올 것이 생각보다 빨리 왔음을 직감했다. 재수 없게도.

 

살아온 인생동안 대군과의 접점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윤이 대군을 처음 본 것은 승급시험 때 그가 대무시험을 심사했을 때와, 장원 이후 그가 자신의 검무를 관람했을 때 단 두 번이었다. 몸짓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듯한 눈빛은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강인한 사람일수록 강인한 사람을 원하는 법. 그대같이 강인한 자가 검을 잡아야 조선이란 나라도 강해지는 것 아니겠나. 무과 장원을 축하하며 했던 그 말, 목소리, 표정 모든 것이 압박감이 되어 자신을 조여 왔던 것이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그의 존재는 문을 사이에 두고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참군 조윤, 대군마마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조윤의 목소리의 끝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들어오라는 대답과 함께 스르르 열린 문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새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내 자네의 우수함은 익히 들어 알고있네. 십구세에 장원이라고?"

"훈련원의 가르침이 우수하여 모두가 우수하나 제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하, 내 앞에서까지 그리 겸손한 척 하지 않아도 된다네."

 

''이라, 조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내 자네같은 사람은 많이 봐왔네. 우수하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마음의 결핍을 채우지 못하고 그저 높이 올라가려는 사람이지.”

 

조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받아칠 처지도 못되거니와 딱히 받아칠 말을 찾지도 못했다. 그가 하는 말 전부가 뭉쳐진다면 정말로 조윤이라는 사람이 만들어질 것 같이 하나하나 다 맞는 말들 뿐이었다. 그런 조윤의 마음을 읽은 건지 대군은 얼굴의 흉터가 파도치듯 웃었다.

 

"강인한 사람일수록 강인한 사람을 원하는 법."

"..."

 

과거에도 들었던 말이었다.

 

내 앞으로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자네같은 사람이 필요하네. 나를 좀 도와주지 않겠나.”

 

 

그리고 이어진 말은 과거에는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윤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했다. 무엇인가 위험을 감지한 듯 그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대군은 웃으며 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복잡한 듯 잔뜩 일그러진 조윤의 얼굴을 보던 그는 마음 속 어딘가가 까칠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모가 난 숯돌마냥 일고 있는 감정의 끝은 거칠었다. 윤은 한 자루의 검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칼날은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가 자신과 함께라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쥐고 세상을 벤다면 언젠가 무뎌지고 둔탁해질 것이다. 피를 채 삼키지 못하고 토해낼 것이다. 대군은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조윤이라는 검을 쥐고 세상을 흔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검을 소유하고 싶었다. 자신의 명령이 없으면 어느 누구의 피도 마실 수 없도록.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는 척을 하는 것인가."

 

그대가 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네.

 

웃으며 하는 그 말에 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우두커니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등 뒤로는 오싹한 기운과 함께 소름이 돋고 있었다. 마마께선 욕심이 많으시군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내뱉은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대군은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윤을 보며 턱을 괸 채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 하고 되묻는 태도는 여전히 변함없이 당당하고 위협적이었다. 무관 중 하나가 대군마마에 침소에 드나든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한 것을, 어찌 그리 욕심을 내려하십니까.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필요 없는 자존심을 내세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꽤나 무례한 것 역시도. 말을 내뱉고도 아차할 정도로 꽤 후회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우려와는 달리 대군은 오히려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질투를 하는 것이냐."

"그것이 아니라,"

"자네는 궁금한가? 내 처소에 드나든다는 무관이 누구인지."

 

참군 조윤이라는 자일세.

웃으며 하는 말에 윤은 눈썹을 잔뜩 구겼다. 지금 저를 희롱하시는 것입니까? 하는 윤의 말에 대군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말이었다.

 

애초에 그런 소문을 누가 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올려 대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군은 그런 그의 행동에도 꾸짖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늘 냉정하고 한결같은 윤의 얼굴이 그렇게 일그러질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나는,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네.”

"."

"가지고 손에 쥐어도 늘 만족하지를 못해서,“

.”

여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수라를 걸을 것이라고 하더군.”

 

그리고 그 수라는, 앞으로 자네가 걸을 길이 될 걸세. 조윤. 자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네. 알고 있지 않은가.

 

힘을 가진 자, 그리고 더욱 큰 힘을 가진 자. 그에게는 마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라는 것은 상식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가지고 싶은 꽃이 있다면 뿌리까지 쥐어 올린다. 비록 그 꽃이 말라서 시들어버린다 하더라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렁으로 깊게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윤은 두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저 베어버리고만 살아왔던 그가 처음으로 그 날이 부러지는 듯한, 무력함에 빠져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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