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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2015. 4. 19. 22:27

[Free! 전력 60분 / 하루마코] 덫



# Free! 전력 60분 '함정/덫'

# 나나세 하루카 x 타치바나 마코토...지만 커플성 내용은 정말 조금 나옵니다. 

# 전문적인 지식 없이 썼으며 글에 나온 내용들은 전부 픽션입니다 ^^;








 하루카는 대학별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내보낼 선수를 한 명씩 선출하는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대학에 와서도 전국대회를 출전한 경력은 있었지만, 처음으로 커다란 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과 같은 경기를 앞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쿨하고 냉철한 하루카라 하더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도쿄에 있는 대학을 온 뒤로는 매 주 주말마다 마코토의 자취방에 들리는 것을 일상처럼 여기곤 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진 것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고, 합숙소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정 보고 싶을 때에는 마코토가 하루카의 대학에 찾아가 짧게나마 얼굴을 보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뿐이었다.

하루카를 꽤 오랫동안 보아왔던 마코토도 그렇게 예민하고 긴장한 듯한 하루카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짧게 안부를 묻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은 상태로 짧게 포옹을 하고 헤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면 린도 같은 목표를 두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호주에서 훈련 중인 린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사실상 어렸을 적부터 마코토에게 하루카는 그야말로 물 속에서 최강, 그것 말고도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에, 마코토는 하루가 대학의 대표해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실제로 하루카는 대학에 가서도 전국대회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 도쿄 내 대학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훌륭한 선수였기에, 마코토 뿐만 아니라, 대학의 교수들, 코치들, 그리고 하루카의 동기들 역시 부러워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의 모교에서 국가대표가 선출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지금과도 비슷한 환경, 그러니까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그 시절에 레인 한가운데에서 멈추었던 기억 때문에 문득 걱정이 된 마코토가 괜찮냐고 물어도 하루카는 이제 제법 어른스럽게 웃으며 아무 말 없이 마코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그는 이제 기대에 눌리지 않고, 기대를 받고 더욱 더 빠르게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런 하루카가 대견하기도 하고, 또 괜히 설레기도 해서 얼굴이 빨개진 마코토가 저지의 지퍼를 코 밑까지 올라올 정도로 주욱 올리곤 했다.

 

선발전까지는 두 달, 대학 내에서 선발전에 나갈 선수를 선출할 경기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남아있었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루카의 몸 상태는 요 근래 중 최강일 정도로 좋았기에, 모두가 그를 선두로 기록 단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카 역시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100 미터를 시작으로 200 미터까지 욕심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마코토와는 저녁의 전화통화로 밖에 만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지내며 경기를 이틀 정도 남겨두었을 때였다.

 

잠깐, 나나세 군.”

 

저녁 훈련이 모두 끝나고 모두가 집합하고 코치의 마지막 말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온 자신의 이름에 젖은 머리를 털고 있던 하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훈련을 마친 모든 선수들이 코치와 하루카를 번갈아 보았다. 코치의 손에 들린 것은 라벨이 없는 하얀색 알약통이었다.

 

 

나나세 군 방에서 이런 것이 나왔다고 해서.”

 

 

코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하루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 하루카의 말에 코치는 난감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어렵게 입을 떼었다. 스테로이드, 금지 약물인 거 같은데. 코치의 말에 순식간에 주위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금지약물이라고? 그런 게 왜 자신의 방에 나왔는지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당황스럽다기보다는 너무나도 억울해서 하루카는 평소와도 다르게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제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방에서 발견되었다면 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뭐야, 나나세. 설마 지금 우리를 의심하고 있는 거냐?”

 

 

뒤따라 들려오는 것은 같이 격양된 목소리의 합숙소 룸메이트의 목소리였다. 하루카는 아랫입술을 꾸욱 물며,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머릿 속으로는 수많은 생각과 얼굴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짓을 저지를 사람이라면, 사실상 생각보다 많다. 대학에 와서 독보적인 하루카를 동경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기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대개 그런 인물들은 주변에 무관심하고 쿨한 하루카의 성격 때문에 더욱 약이 오른 상태들이었다. 빠르게 주변인물들을 훑어보자, 그들 중에서는 킥킥거리며 웃고 있는 이들 역시 있었다.

 

그럼 나나세 군, 소지품을 살펴보아도 될까?”

상관없습니다.”

 

 

코치와 함께 락커룸으로 왔을 때에는 주변 동기들의 시선이 전부 하루카에게 닿아있는 중이었다. 그 시선은 굉장히 노골적이었기에, 숨이 막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포츠라는 것은 어쩌면 결국에는 전부 경쟁 사회와도 같은 것이었다. 같이 밥을 먹고 웃으며 더블 업을 하던 동기들도 결국에는 다 같은 경쟁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지금, 하루카의 독보적인 성과가 그 본인의 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코치의 손에 하루카의 가방이 딸려 나왔다. 커다란 스포츠 가방에는 하루카의 운동복과 대학의 유니폼, 그리고 수건 몇 개, 전공 서적들이 전부였다. 그것을 확인한 코치의 표정 역시 조금은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치 역시 하루카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었고, 그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제와서 그의 노력이 엎어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코치가 가방을 뒤지는 것을 멈추자,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손이 있었다. 평상시 자신을 좋게 보고 있지 않던 동기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에 손에 이끌려 가방에서 나온 것은 처음 보는 수경 케이스였다. 하루카는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웃기게도 케이스의 겉면에는 나나세 하루카라고 영문으로 적혀 있었다.

 

 

잠시만요, 코치.”

 

순간,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감돈 것은 착각이 아니었을까. 느꼈을 때는 이미 수경 케이스 안에서 수많은 하얀 알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나세 군,”

 

 

코치는 충격에 말을 잃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하루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정작 자신에게 벌어지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결백을 주장해야하는데 그런 말을 외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진부하고 더러운 수법에 자신의 노력이 이렇게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핑 테스트 받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새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동기들과 선배들의 시선이 차갑게 식어있음을 깨달았을 때였다. ‘천재는 어느 새 비겁한 도망자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상대가 더러운 수법을 사용했으니, 자신도 그에 맞게 더러워져야만 했다. 늘어지게 매달리고 매달려야만 했다. 꿈을 눈 앞에 두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제발 선발전만은!”

…….”

 

 

코치는 대답이 없었다. 이 사안은, 다른 코치들과 학교 측에 회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겨우 떨어진 말은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선발전이 겨우 이틀 남았다. 모든 절차를 받으면 너무 늦는다. 도핑 테스트를 받더라도 선발전에 나가야만 했다. 코치님!! 하루카가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코치는 난감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락커룸을 빠져나갔다. 코치가 락커룸을 빠져나가자 주위의 시선은 더욱 노골적이게 변했다. 비겁해! 라고 외치는 그 눈빛들.

 

 

 

나나세 군은, 그러니까 그거였네.”

…….”

만들어진 천재.”

 

 

대놓고 조롱하는 그 말에도. 하루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코토. 그저 그 이름만이 머릿 속에 맴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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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2015. 4. 15. 01:06

[하루x마코/하루마코] 꿈 속의 여름(가제)




 

그 해의 여름은 유달리도 더웠다. 하루카나 마코토에게 여름의 더위 따위는 문제될 것이 못되었다. 더우면 바로 집 앞의 바닷가로 나가 수영을 하면 그만이었고, 실제로도 오후가 되면 수영클럽에 나가기 때문에 더위라는 것은 그저 등하교 길에나 버티면 그만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해만큼은 달랐다. 폭풍우 때문에 배가 가라앉고 몇 명의 어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린의 아버지도, 마코토에게 상냥했던 어부 할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루카나 마코토 또래의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은 전부 입을 모아 아이들에게 올해에는 바닷가에서 놀 수 없다고 말을 했다. 거의 하루 종일 물장구를 치거나 수영을 하면서 지내는 하루카나 마코토에게는 사형선고와도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둘은 학교가 파하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하교길에 슈퍼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물고 하루카의 집에 돌아와 그나마 시원한 다다미 방 바닥에 벌러덩 누워 낮잠을 자곤 했다.

작은 선풍기는 미풍 버튼이 눌려있는 채로 계속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그럴 때마다 동그란 이마를 덮고 있는 앞머리는 살랑살랑 흔들렸다. 반바지에 무릎까지 오는 니삭스는 돌돌 말려 방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곤히 잠든 소년들의 옆에는 못 다한 숙제 공책이 그대로 펼쳐진 채, 바람에 책장만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덥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뒷목이다 접힌 관절 사이로는 작은 땀방울이 맺혀있다 선풍기 바람에 이따금씩 쓸려나갈 뿐이었다.

 

더운 기운에 머리가 멍멍해지려고 할 즈음, 아직 낮이 긴 탓에 오후가 되어도 바깥은 밝았지만 늘 하루카는 수영클럽에 갈 시간에 맞추어 칼같이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몸을 일으켜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땀이 맺힌 뒷목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고 자리에 앉아 마코토가 잠든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한 것이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바라보고 바라보다가, 이제 일어나지 않으면 정말로 지각이다 싶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 땐 저보다 작은 마코토를 작게 흔들어 깨우다가 어깨를 잡고 일으켜 앉히고 꽈악 끌어 안아주었다. 그렇게 더웠는데도 그런 포옹이 서로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잠이 덜 깬 마코토는 칭얼거리며 하루카의 품에 볼을 부비었고 하루는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마코토의 이름을 부르며 등을 도닥이며 잠을 달아나게 했다.

 

 

그리고 그 날의 마코토는 일어나자마자 하루의 품 안에서 와앙 울음을 터트렸었다.

 

 

당황한 하루카가 무슨 일이냐며 양 볼을 잡고 다독였지만 울음은 그칠 기색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끌어안은 채로 다독이고 나서야 진정된 마코토는 히끅거리는 숨소리를 섞어가며 횡설수설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루가, , 수영을, 그만둔다고, 했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랬어. 그래서, , 내가 가지 말라고, 말렸어,“

 

 

하루, 수영 그만둘 거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꿈과 현실을 구별 못하는 제 소꿉친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는 그저 그 울음을 그치게 만들어야겠다고만 생각했기에 똑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해 말했던 것으로 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마코토랑 늘 같이 헤엄 칠 거야. 당연하지. 와 같은 안심하게 만드는 말을.

 

 

어른이 되어서도?’

당연하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 마코토.’

 

 

그 말을 듣고서야 마코토는 겨우 울음을 그치고 배시시 웃어보였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황당했던 기억이었다. 어렸으니까, 그만큼 순수했기에 꿈만으로도 그렇게 슬퍼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단순하기만 할 것만 같은 기억은, 의외로 오래까지 기억에 남는다는 걸 간과하기도 했었다.

 

그저 수영하는 것이 좋았던 철부지같은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수영할 거야.”

 

 

라는 그 말은, 더 이상 지켜지지 못했다.

 

 

일본 수영 국가대표, 나나세 하루카가 3개월 째 행방불명 중이었다.








이런 내용의...! 하루마코 회지를 내고 싶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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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2015. 3. 16. 22:26

[Free! 소스마코] 재벜님 그림이 너무 감명 깊었다



* 재벜님 그림 (https://twitter.com/smlove0319/status/577451481147650050) 이 너무 삐렁쳐서 그 앞에는 이런 내용이지 않았을까 멋대로 싸질러 보았다.








애초에 참석하고 싶지도 않은 자리였다. 상대는 이 바닥에서도 평이 좋지 않은 브로커였고 그가 내세우는 조건은 소스케에게도 하나도 득이 될 것이 없는 조건들 뿐이었다. 소스케는 이미 추진되고 있는 계약이 있었고, 그것은 다른 스폰서나 에이전트에서 내세우는 것들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훌륭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소스케 본인이 자신의 선수적 계약 관련한 것들은 전부 마코토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소스케 본인은 그것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저 마코토가 잘 처리해주겠거니, 하며 그를 믿을 뿐이었다.


그래서 소스케와 어떠한 것이든 계약을 하고 싶은 이들은 전부 마코토를 거쳐가야만 했고 그에게 호의를 사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만 했다. 시바타라는 이름의 남자는 이미 마코토가 과거에 두번이나 계약을 거절한 전적이 있는 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끈질기게 마코토에게 달라붙어 다시금 접대 자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대충 얼버무리고 얼른 자리를 뜨자...'



시바타가 자신의 잔에 가득 술을 따르는 것을 보던 마코토가 계속해서 똑같은 말만 속으로 되뇌었다. 이제부터 다음 주면 아시안 게임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에 소스케도 광고 촬영과 같은 선수 외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시바타가 제안하는 것들은 전부 마코토가 계획한 것과 정 반대의 것들 뿐이었기에,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시바타도 눈치챘는지, 마코토의 눈치를 살피던 그는 화제를 돌리며 나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타치바나 씨는 대학에서 체육 교육학에 대해서 공부했다고 했죠?"

"아, 예..."

"근데 지금은 야마자키 씨의 매니저라니, 좀 의외인 걸요. 타치바나 씨도 학생 때는 선수로 활동했다던데."

"예, 소스케와는 선수로 만났었죠."

"야마자키 씨가 본인 행보에 관한 결정권들은 전부 타치바나 씨에게 위임했다던데,"

"..."

"두 분 사이가 매우 좋으시네요?"



순간, 시바타의 말투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웃고있던 마코토의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무슨 뜻이죠, 그건? 불길한 예감이 불쑥 그의 목 뒤에 나앉는 느낌이었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물었다. 그런 그의 질문에 시바타는 가방 속에서 황토색 서류 가방을 꺼내어 그에게 건내주었다. 사진? 서류가방 안에 들어있는 사진 묶음을 꺼내어보던 마코토가 그것을 전부 테이블에 떨어트렸다.



테이블 위로 흩어진 사진들은 전부 도촬된 사진들이었다. 수영장 안에서 마코토와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소스케, 그리고 마코토가 운전하고 있는 차의 조수석에 앉은 소스케, 소스케의 빌라의 앞까지 대려다주는 마코토. 그리고 그런 마코토에게 키스하는 소스케, 체육관의 탈의실에서 마코토에게 키스하는 소스케, 마코토의 옷을 벗기고 있는 소스케, 그리고 마코토와 섹스하는 소스케.


머릿 속에 표백제를 들이 부은 듯 사고가 멈추는 듯한 기분에 마코토는 표정관리 조차 할 수 없었다. 사색이 된 그의 얼굴에 시바타는 즐거운 듯 웃으며 비어있는 마코토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워주었다.



"야마자키 씨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모두가 그가 올림픽에서 좋은 실적을 내주리라 믿고 있어요."

"......"

"그 믿음을 깨버리면 안되잖아요, 타치바나 씨?"



비아냥 거리는 그의 말에 정신이 확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진들을 모아 서류가방에 도로 집어넣은 마코토가 시바타를 노려보았다. ...원하는 게 뭡니까? 하는 그의 말에 시바타도 이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아까는 꺼내지 않았던 서류들을 꺼내보였다. 본래 처음 제안했던 것보다 더욱 형편없는 계약 조건이었다. 이게 무슨...! 왈칵 화를 내려던 마코토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자신이 화를 낼 위치가 아니었다. 억울하지만, 자신은 어떻게든 그에게서 이 사진을 은폐해달라고 빌고 빌어야만 하는 위치였다.




"제발, 시바타 씨. 이 조건으로는 소스케도 경기를 제대로 해낼 수 없어요."

"계약 조건을 바꿔달라는 겁니까?"

"적어도 선수 외 활동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청합니다. 제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뭐든 할테니,"




하, 남자는 짧게 웃었다. 뭐든, 한다 이 말입니까? 웃으며 재차 묻는 말에 마코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코토의 행동에 시바타는 갑자기 등을 의자에 기대며 다리를 꼬고 앉았다. 갑과 을의 관계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접대라도 해봐요. 나에게 잘보여야 하잖아요?"

"...그게 무슨,"

"야마자키를 꼬셨던 그 귀여운 얼굴로."

"......"

"성접대라도 해보시던가."




뒷골이 띵하고 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귀 끝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마코토는 그의 눈을 더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스케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다. 폐가 되고 싶지 않다. 그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다...! 그 마음만이 강하게 응어리 져서 씻겨나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알겠습니다."




작은 마코토의 대답에 시바타는 결국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자신의 경멸하는 것만 같아 마코토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참을 웃다 겨우 웃음을 멈춘 그는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자리에 일어서 마코토의 옆에 앉았다. 어깨를 감싸 안는 손이 마치 벌레와 같이 느껴져 몸이 잔뜩 움츠러 들었다.




"오늘 밤은 늦는다고 이야기 해요. 마코토, 당신 야마자키와 같이 살고 있잖아요."




그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름이, 순간 너무나도 더럽게 느껴져서 마코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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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2015. 3. 16. 19:31

[Free! 소스케x마코토] 네임버스


* 애니AU지만 애들이 수영을 한다는 것 빼고는 전혀 다름.

* 그냥 소스케가 마코토 이름만 듣고 여자로 착각하는 게 보고 싶었다고 한다(...)











 "어이, 야마자키. 어깨에 그건 뭐냐?"

 "네임 아니야? 야, 한 번 봐봐."


 뚱한 얼굴의 소스케를 아는지 모르는지 두 명의 남자애들은 마치 계집애들 마냥 소스케의 어깨에 선명하게 새겨진 이름을 읽으려 애쓰고 있었다. 덕분에 연습에 맥이 끊긴 소스케도 차라리 지금 조금 쉬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풀에서 나와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타치바나 마코토.' 야아,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녀석은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었다.


 "마코토라니. 그럼 마코쨩인가?"

 "귀여운데. 꼭 양갈래 머리를 할 법한 여자애 이름이잖아."

 "어이, 야마자키. 마코쨩 만난 적 있어?"

 "없어. 만난 적."


 귀찮다. 애고 어른이고 소스케의 어깨에 새겨진 이름만 보면 개처럼 달려들어 자신을 귀찮게 만들었다. 그리고 꼭 아는 사람 마냥 마코쨩이니 타치바나라니, 친근하게 말하는 것도 재수 없었다. 소스케의 표정은 나날히 굳어가는데 두 남자아이들은 눈치도 없이 계속 히히덕거리며 떠들어대었다. 코치에게 어드바이스를 받고 다시 풀로 돌아가려던 린이 그것을 발견하고서 그들에게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둘은 소스케가 짜증을 낼 때까지 계속 히히덕 거렸을 것이다.


 "어이, 너네. 코치님이 제출하라는 거 다 끝냈어?"

 "아, 맞다!"

 "정말이지 말이야. 서두르라고."


 두 남자아이들은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멀어져갔다. 그제서야 한숨을 쉰 소스케가 눈을 감으며 몸을 편안하게 기대었다. 고맙다, 린. 소스케의 말에 린은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주목 받는 게 싫으면 밴드라도 붙이지 그래?"

 "신경쓰여. 어차피 수영하다보면 떨어지고."

 "그럼 정말 너네 어머니 말대로 수술하던가?"

 "수술?"

 "모르는 척 하지 마. 네임 지우는 수술 말이야."


 린의 말에 소스케는 아무 말 없이 풀을 쳐다보았다. 소스케의 몸에 네임이 생겨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잉크가 묻은 것마냥 희미했던 글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선명해졌고, 그것은 곧 글자가 되었다. '타치바나 마코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바로 소스케의 운명의 상대라는 것이었다. 아직 어렸던 소스케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꼼꼼하게 스포츠 밴드로 그것을 가리고 다녔다. 그러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신체 검사 날, 예상치 못하게 밴드를 깜빡해버려 반 전체에 그 이름이 퍼지게 되고부터, 소스케는 더 이상 이름을 가리지 않고 다녔다. 그리고 그 때가 되고서야 린도, 소스케의 몸에 있는 이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너는 아는 사람이랬지? 린."

 "아, 응. 마코토 말이지?"

 "......"

 "뭐야, 역시 궁금한거지? 그렇게 궁금하면 만나보지 그래?"

 "됐어."


 여전히 고집을 부리는 소스케의 행동에 린이 피식 웃으며 소스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제 쪽을 보지도 않는 소스케에게 린이 나즈막하게 말했다.


 "네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냐. 상대를 만나면 실망하지 않을까, 널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 복잡한 마음이겠지만, 결국 정말 운명의 상대라면 만나게 되지 않겠어?"

 "마음대로 떠들지 마."

 "게다가 상대가 그 마코토잖아. 그 애, 상냥하고 다정하고, 잘 웃으니까. 분명 마음에 들 거야. 게다가 그 애도 우리랑 같이 수영을 하잖아? 관심사도 비슷하니 이야기도 잘 통하고, 마음도 잘 통하겠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린?"


 당연하지, 하고 웃어보이는 린이 주먹을 내밀자, 그제서야 소스케도 웃으며 그 주먹에 제 주먹을 맞부딪혔다.






* * *






 결국에는 와버렸다.

 이와토비 고교.


  전철을 타고 도착한 학교의 전경은 바다를 등지고 있었기에 나쁘지 않았다. 린이 알려준 주소대로 잘 찾아온 모양이었다. 교내는 학생들 각자 부활동을 하느라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지나가는 여학생을 붙잡아 수영부의 위치를 물은 소스케가 교내 수영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스케 군!"


 미리 린의 연락을 받은 고우가 웃으며 소스케에게 달려왔다. 고우의 등 너머로 보이는 수영장에는 이미 부원들이 수영을 하느라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고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와토비에."

 "아, 그게... 만날 사람이 있어서."

 "만날 사람?"

 "그게, 타치바나 마코토라는 사람을..."

 "마코토 선배?"

 "어, 알아?"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수영부의 부장인걸, 마코토 선배는..."

 "부장?"

 "응, 저기... 배영하고 있는,"


 고우의 손끝으로부터 시작한 시선의 끝은 물보라가 일고 있는 풀장의 안이었다. 그곳에는 탄탄한 체격의 소년이 빠른 속도로 레일을 유영하고 있었다. ...남자? 설마 잘 못 본것인가 몇 번이고 눈을 부볐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턴을 하고 돌아온 소년은 수경과 모자를 벗어내며 다른 부원에게서 기록을 듣고 있었다. 입고있는 수영복이나, 체격이 말해주듯, 마코토는, 남자였다.



 머릿 속이 새하얘지는 듯한 느낌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소스케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고우가, 갑자기 울린 핸드폰에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오빠? 하는 고우의 목소리에 소스케가 표정이 바뀌며 고우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린!!"

 "아, 미안. 내가 깜빡하고 말 안한게 있어서."

 "뭔데!!"

 "타치바나 마코토 말이야."

 "..."


 "나랑 비슷한 케이스야. 이름은 여자같지만,"



 걔 남자야. 왠지 유쾌한 듯한 린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스케가 다시 시선을 마코토에게 돌렸다. 문득 눈이 마주친 마코토는 처음 보는 상대에 대한 의아함을 가득 안고 있는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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