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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D 2014. 12. 28. 22:28

데릴x글렌 Last business trip

글렌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여권을 체크했다. 그리고 비행기 티켓이 들어있는 봉투도 여권 사이에 잘 끼어두었다. 그리고 이륙시간도 잘 체크해두었다. 사실상 여행 개념의 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사 철저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는 미리 써둔 사직서가 잘 자리하고 있는지도 체크했다. 비록 출장 장소가 본사와 한참 떨어진 시골 지부라 하더라도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일이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괜히 나가서 군소리 들을 바에는 제대로 하는 편이 낫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에 혼자 있을 남동생에게 문자로 금기사항을 일러두고 있던 참이었다.


집에 친구 데리고 와서 난리치지 마.’ 라는 문장을 쓰고 있던 참이었다. 옆 자리의 릭이 그의 의자 옆에 와 섰다. 글렌은 그런 그를 힐끔 보고는 쓰던 문장을 마저 치기 시작했다.


 

글렌 씨. 이번 출장이 마지막이에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럼 어떻게, 이사 가시는 건가요?”

아뇨. 동생 학교 때문에 그럴 수는 없을 거 같아요.”

, 그 같이 산다는 남동생?”

 


릭이 사내에서 자신을 각별하게 챙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밖에서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글렌은 대답하는 것을 잠시 망설였다. 내가 남동생이랑 산다는 이야기를 했었던가. 글렌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맞아요.“

다행이네요. 우리 그렇게 멀어지지 않아서.”

 


뭐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릭이 아내와 이혼한 이후로, 그의 행색이 초췌해지면서 글렌도 그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챙겼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나오는 그의 태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랐다. 회사를 그만두면 끊어질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태도로 나오니 회사를 그만둬도 계속 귀찮아질 것만 같았다. 여기서 뭐라 하지. , 난 당신이 홀아비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해 동정한 것이지 한 번도 호감을 가진 적이 없었어요. 라고 이야기 할까, 하는 것에 글렌이 고민하는 사이 릭은 곧 상사의 콜을 받고 사라졌다. ‘출장 다녀와서 연락 줘요!’ 멀어지면서 릭이 한 말에 글렌이 픽, 비웃었다. 내가 왜요.

 

그와 동시에 남동생에게서 답장이 왔다. ‘.’

 



출장 당일, 동생의 배웅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침대에 동그랗게 고치가 되어 이불에 말려 움직이지 않는 민호를 내려다보며 글렌이 한숨을 쉬고 옆에 있는 캐리어를 잡아들었다. 형 없다고 밥 굶거나 그러지 말고. 라는 말을 하자, 이불 고치 안에서 잠에 취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미덥지가 않아서 잠시 가만히 그 모습을 쳐다보던 글렌이 곧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캐리어를 잡아끌며 현관을 나섰다.

 

아마 그것이, 마지막 출장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 * *

 

역시나 그의 회사는 곧 나갈 직원에게 좋은 자리를 배분할 만큼 인정 넘치는 곳은 아니었다. 그나마 동양인에 키와 체구가 작은 글렌은 이코노미 석에서도 편하게 앉아서 가고 있었지만, 옆에 앉은 백인의 남자는 긴 다리가 불편해서 계속해서 다리를 번갈아 꼬았다. 그것을 계속 힐끔거리던 글렌이 자리를 바꿔줄까요?’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남자는 도착할 때까지 창가에서 다리를 수 만 번 꼬았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창가 쪽 자리를 차지한 글렌이 비행기 창문 너머로 낮게 깔린 구름떼를 바라보았다. 푸른 제복의 스튜어디스가 권하는 것을 거절한 글렌이 이내 눈을 감았다. 안녕하세요, 기장입니다. 본 비행기는 덴버로 향하는. 기장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글렌은 곧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글렌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글렌은 넓은 풀밭을 달리고 있었다. 뭐지? 그제야 글렌은 자기 자신이 토끼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에 경악해서 잠시 멈추어 서니 뒤에서 사냥꾼이 자신을 잡기 위해 쫓아오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으아앙. 그렇게 거의 울부짖다 풀밭을 달렸지만, 결국에는 사냥꾼에게 귀를 붙잡히고 말았다. 으아아, 안 돼.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그렇게 발버둥을 치다가, 지쳐서 쓰러졌는데, 눈을 떠보니 사냥꾼이 손가락으로 제 귀 뒤를 살살 쓸어주고 있었다. , , 기분 좋잖아. 그렇게 좋아서 헤실헤실 웃다가. 깨버리는 그런 이상한 꿈이었다.




뭐야, 이게 진짜.




잠에서 깨어 눈을 깜빡거리고 나서도 글렌은 자신이 정말로 한 마리의 토끼가 되어 기내에 앉아있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기장입니다. 본 비행기는 곧 덴버 공항에. 공간을 뛰어넘은 듯 한 느낌에 글렌은 그제야 자신이 토끼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옆 자리에 자리를 바꿔준 백인이 자신을 보며 고맙다고 웃으며 윙크를 하는 것을 보며 글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내에서 빠져나왔다.




 

덴버는 생각보다 추웠다. 글렌이 코트 자락을 여미며 공항 건물을 빠져나왔다. 공항 앞에 주차된 택시를 탄 글렌이 혼자서 캐리어를 싣느라 낑낑대는 사이 옆에 있던 공항 직원이 그의 짐을 들어 택시의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 Thank you. 그렇게 여자에게 에스코트하듯 택시의 문을 열어주는 남자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글렌이 택시에 탔다. 양키들은 왜 이리 날 건드리지 못해 안달 인거지.


택시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뉴욕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길게 늘어서 끝이 보이지 않고 한 덩어리로 보이는 숲들을 보며 글렌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이런 시골에도 콜로라도 지부가 있는 걸까. 양 옆으로 목장길을 따라 달리던 택시는 목장이 펼쳐진 평야의 한 가운데에 멈추어 섰다. Here? 몇 번이고 되물어봤지만 서류에 적힌 주소가 이곳이 맞다는 기사의 답변을 듣고는 택시에서 내린 글렌이 허허벌판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정말로 이곳에 콜로라도 지부가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퇴사 직전에 빅엿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장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사직서를 내던지고 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말똥 냄새가 진동하는 진흙길로 캐리어를 돌돌 굴리며 걷던 글렌이 저 멀리, 깜빡거리는 전광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WD&MR ISP - Colorado Center. 다 쓰러져가는 그 건물을 바라보며 글렌이 한숨을 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루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꽤나 깔끔한 편이었다. 다른 지부에서 관리하는 일종의 고객관리 센터 같은 곳이다보니, 타지부에서 오는 직원들이 생활하는 숙직 시설이 상당히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농장 한 가운데에 콜로라도 지부를. 이라고 생각했지만 콜로라도에 있는 수많은 지부 중 하나라고 한다. 젠장, 엿 먹은 거 맞구만. 많고 많은 콜로라도 지부 중 이곳으로 출장을 오게 된 것은 유배나 다름 없었다. 숙직실 안에서 대충 짐을 정리한 글렌이 이곳에서 해야할 것을 대충 정리했다.


일단 고객관리 센터일 뿐이다 보니, 직원들은 대부분이 상담원이나 통신기사들이었다. 글렌은 일단 서류 상에 있는 직원들이 전부인지, 그리고 업무 체계를 점검하는 것으로 당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5시간의 비행동안 몸이 찌뿌듯해져서 글렌은 일단 목장길을 따라 걸었다. 띄엄띄엄 목장과 함께 농부들이 사는 가정집들만 있다보니까 동물소리 외에는 조용한 동네였다. 늘 회색의 빌딩 숲에만 갇혀 살다가, 간만에 자연을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그저 출장이 아니라 여행을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글렌이 질퍽거리는 진흙길을 따라 걸었다.






* * *



미국고증따윈 ㅇ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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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x글렌


“정말 비참하군.”



데릴이 바닥에 쓰러져 몸을 바르르 떨고 있는 워커의 머리통에 석궁을 쏜 뒤 침을 뱉듯 한 말이었다. 릭은 그 순간만큼은 데릴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했다. 이 구역의 워커들은 다른 워커들과 무엇인가가 달랐다.


그러니까 릭이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이 골목으로 들어선 이유는 이 골목이 워커들의 분포도도 적은 데다가 캠프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골목을 왜 릭이 만류했냐하면, 워커들이 도시를 점령하기 이전에 이 골목은 사창가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벌건 대낮인데다가, 담배를 피며 호객행위를 하는 창녀들은 없었지만 오랫동안 그의 머릿 속에 박힌 인식 때문인지 릭은 이 골목으로 들어서는 행위 자체가 꺼림직한 것이었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자는 데릭의 제안을 글렌이 받아들이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워커들을 마주치더라도 빙 돌아가기를 결정했을 것이다.



“뭐, 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어? 비록 이 새끼들이 이렇게 좆같을지언정.”

“안 좋아. 정말이지 최악이군.”




차라리 워커들이 많은 골목을 택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창가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워커들은 다른 지역의 워커들과 무엇인가 많이 달랐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거시기’가.


특유의 느린 걸음걸이를 하며 걸어오는 그들의 불룩한 아랫도리를 보던 데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석궁으로 가장 앞에 있는 워커의 거시기를 뚫어버리는 것이었다. 사실상 데미지는 없었지만 의미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적어도 릭도 그런 그의 행위를 보며 불쾌감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기 때문에.



“이 근방의 워커들은 전부 거시기를 세우고 있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상황이었지만 데릴의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으유, 글렌이 역겹다며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이봐요, 아저씨. 나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있기 싫거든요? 심지어 여기는 전부 남자들이란 말이에요. 글렌이 가방을 당겨 올리며 하는 말을 들은 릭은 그가 미리 짚어준 골목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골목의 끝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몰려든 워커들에 결국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그들은 전부 아랫도리가 불룩하거나 바짝 서있는 페니스를 바지 밖으로 내놓은 채였다.




“섹스를 하다 워커가 되었나보지?”

“그거 설득력있네.”




농담처럼 내뱉은 데릴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한 워커의 머리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었다. 다시는 이 골목으로 들어올 꿈도 꾸지 말자고. 릭이 혀를 내두르며 하는 말에 데릴은 갑자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또 무슨 일인데? 하지만 그런 데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절망적이었다.



“꼬맹이는. 어디 갔는데?”



글렌이, 없었다.




* * *



글렌은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려든 워커들 무리에 릭과 데릴을 눈 앞에서 놓쳐버린 글렌은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 그들과 합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할 것 같았다. 데릴이 마지막 워커를 석궁으로 쏘아 맞추는 것을 본 글렌이 얼른 계단을 뛰어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워커를 야구 방망이로 내려치자마자 차마 보지 못했던 골목에서 열 명 남짓 되보이는 워커들이 쏟아져 나왔다. 워! 글렌은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데릴! 하고 고함을 치기도 했지만 그들은 듣지 못한 듯 했다. 일단 워커들을 피해 골목 안으로 들어섰지만 워낙 정신이 없다보니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이, 이런...”




결국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 바리케이트를 보며 글렌은 절망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뛰어넘기에는 너무 높은 철조망을 보며 글렌을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더욱 세게 쥐었다. 이렇게 굶주린 놈들 사이에 파묻히게 되면 아마 뼈만 남기고 전부 파먹히겠지.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적어도 자신은 눈깔을 까뒤집고 거리를 서성이며 굶주림에 죽음을 인지하지도 못하지는 않을 것을 의미했기에. 글렌은 꿀꺽. 침을 크게 삼켰다.




많이 아플까...? 워커들을 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하며 그는 방망이를 쥔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주었다. 미친 듯이 휘두른다면, 어쩌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발기한 워커들의 좆을 보면 자꾸만 사그라드는 용기였다.



그러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워커 하나가 그의 옷을 잡아당긴 것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이었다. 놀란 글렌이 비명을 지르며 그 팔을 떨쳐내려 했지만 정신 차렸을 때는 워커의 손에 의해 그의 상의가 찢어져가고 있었다. 뭐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늦어버린 것이었다.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워커들이 달려들어 이번엔 그의 바지를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싫어! 하지마! 하는 그의 비명을 워커들이 알아들을 리가 만무했다. 그제서야 그들의 불룩한 아랫도리를 보며 글렌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워커들은 누군가를 잡아먹고 깨무는 욕망보다 죽음과 함께 그들에게 새겨진 성욕의 욕망이 더 큰 것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 서고나서는 그는 죽음보다 더욱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대로 강간당한다. 그것도 워커들에게. 그가 무릎 아래로 내려간 바지를 억지로 끌어당겼지만 이내 팔을 결박당하는 것을 느끼며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허리를 비틀었지만 속옷 안으로 들어오는 투박하고 까칠한 손들에 그는 아무 비명이나 지르며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뚝뚝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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